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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산업 디지털·글로벌화, 선택 아닌 ‘필수’…체질개선·지속성장 기회로 [농민신문]



1980년대 백색혁명으로 한단계 도약한 원예산업이 디지털·글로벌 시대를 마주하며 변화의 길목에 서 있다. 첨단 기술과 과학 없이는 농업을 논할 수 없게 된 지금, 원예산업의 현주소는 어떻고 나아갈 뱡향은 무엇일까.

 

디지털의 일상화


흔히들 디지털·글로벌 시대에선 모든 산업이 시대의 변화에 순응하고 도전해 새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거 수십년 동안 디지털화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을까?


필자 연구를 보더라도 1987년 석사학위 취득 논문인 ‘마이크로 컴퓨터를 이용한 온실 내 수경재배 시스템’을 비롯해 박사학위 연구주제였던 ‘식물공장에서의 엽채류 생산 시스템’, 박사 후 연구원 시절에 진행한 ‘우주 폐쇄 생태계 인명 유지 시스템’, 그리고 현재 추진 중인 스마트팜 연구까지 모두 농업분야에서 디지털화와 관련한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최근 몇년 동안 디지털 기술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급격히 발전했다. 특히 현재 목도하는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은 놀라운 일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2045년 AI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발전 속도가 계속된다면 그 시기가 더 빨리 올 수도 있을 것이다.


2022년말에 처음 공개된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챗GPT(지피티)’는 대화 전문 AI로 주목받고 있다. 사용자들은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하고 있고,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러한 발전으로 AI가 우리에게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고 그것이 먼 미래가 아니라 우리 일상의 일부임을 깨닫게 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원예산업에서 생산성·수익성·안정성·지속가능성 등 다양한 방면을 향상하는 데 큰 잠재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이어지게 하려면 전략적 대응이 필수다.


더 많은 생산자가 디지털 환경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정보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선 사용자 편의성이 높은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에도 투자해야 한다.



일본농협(JA) 야쓰시로가 농업데이터 플랫폼인 ‘와그리(WAGRI)’를 활용해 드론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 누리집·와그리 누리집 화면 캡처



원예산업 디지털화 성공하려면

일본은 농업 데이터 플랫폼인 ‘와그리(WAGRI)’를 정부와 농업연구기관인 나로(NARO·농업식품산업기술종합연구기구)에서 구축하고 있다. 해당 플랫폼은 민간 기업과 공공 연구기관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AI로 분석하고 새로운 농업 관련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클라우드 기반의 스마트팜 빅데이터 센터 통합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 수집·저장·분석 사업을 시작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 스마트팜 연구개발 사업 모든 과정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관리·공유할 수 있는 ‘스마트팜 연구개발(R&D) 빅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해 농업 종사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같은 디지털 농업 추진은 공공 주도로 진행된다. 하지만 데이터 수집과 공유에 민간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확대가 중요하다. 따라서 농민과 민간 기업이 유료로 참여하고자 할 정도로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시설원예보다는 노지원예 분야에서의 데이터 수집과 서비스 제공이 부족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노지재배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가공뿐 아니라 데이터 수집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첨단 온실과 수직·우주 농장 분야에서의 신속한 디지털화는 원예산업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고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고도의 온실 환경제어 기술은 고품질 원예작물의 연중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실내 수직농장은 농업을 도시 공간으로 가져와 농산물의 수송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우주농장은 농업 혁신의 경계를 지구 밖 우주 환경까지 확장한다. 이러한 발전은 소비자 요구 변화에 대응할 뿐 아니라 원예 분야 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성장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세계화는 돌파해야 할 숙제

우리나라의 원예산업은 온난화를 비롯한 이상기후, 농촌인구 감소, 고령화, 노동력 부족, 외국인 근로자 증가, 1인가구 확대, 소비 패턴 급변 등 환경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급속도로 전개되는 이러한 자연·사회·기술적 환경 변화를 경험하는 것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농업 선진국에서는 여러 세기 전부터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다양한 방안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민·관·연이 긴밀히 협력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디지털화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원예산업의 글로벌화는 지난 수십년 동안 발전해왔다. 우리가 선명히 기억할 정도로 큰 몸살을 치렀던 우루과이라운드(UR) 역시 이미 30년 전의 일이 됐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체제의 제8차 다자간 무역 협정인 UR은 농산물을 비롯해 서비스 분야, 지식재산권, 투자 문제 등 다양한 사안을 다뤘다. 우리나라도 쌀시장 개방으로 농민·사회·학생 단체 등의 강한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그 이후 소개된 세계무역기구(WTO)·도하개발어젠다(DDA)·자유무역협정(FTA) 같은 글로벌화 관련 약어들은 이제는 익숙한 용어가 됐다.


올 1월 기준 우리나라는 59개국과 21건의 FTA를 체결했고, 다른 신흥 국가들과도 지속적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 이는 농산물 수입에 대한 압력을 계속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원예산업에 대해 오로지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글로벌화를 평가해서는 안된다. 물론 농산물 생산·유통에서의 국제적 경쟁력이 급속히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글로벌화가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할 것이라고 여기고 나라의 문을 닫아둔 채 수입 품목과 규모를 선택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아울러 그리 크지 않은 농산물 수출을 과대평가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국만의 첨단 원예 기술 수출도

농업 기술 수출국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관행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분야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화는 우리나라가 기술 수출국으로 발전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반도체·소프트웨어·클라우드·인터넷·AI 분야에서 다른 나라보다 선도적인 위치를 선점하고 이 기술들을 원예산업의 기술 개발에 연계시켜야 한다. 관련 소재·부품·장비·시설·시스템을 함께 개발해 수출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가 일군 글로벌화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2021년부터 농식품부·농촌진흥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스마트팜 다부처 패키지 혁신 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재단법인인 스마트팜연구개발사업단에서 수행하는 것으로, AI·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2·3세대 스마트팜을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원예산업이 글로벌 기술 선도자로 발전해 다른 국가들에 첨단 원예 기술과 스마트팜 모델을 수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필자는 6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그린테크 암스테르담 2024’와 7월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시설원예·식물공장 전시회(GPEC 2024)’에 참가했다. 한국은 개최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방문자를 기록했지만 우리 기업들의 제품과 기술 전시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몇년 후에는 디지털화와 글로벌화를 통해 원예산업 분야에서 급격한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때엔 우리 기업들이 국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첨단 기술을 외국 연구자·기업에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길 희망한다.


전창후 한국원예학회장 서울대학교 식물생산과학부 교수


원문기사 : https://www.nongmin.com/article/20240812500431